RAPHA FESTIVE 500 CHALLENGE STORY
안녕하세요!
저는 자전거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 CIRCLES CULT CLUB(써클스 컬트 클럽)을 운영하는 김동원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개인적으로 RAPHA FESTIVE 500(라파 페스티브500)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FESTIVE 500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홀리데이 휴가를 보내는 유럽, 미국에 비해 크리스마스 당일 하루만 휴무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도전의 도구로 삼는 것 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재밌게 즐기는 취미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는 개인적인 생각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자전거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도전을 하는 모든 분들을 항상 리스펙합니다.)
하지만 올해 우연히,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쩌다 보니 FESTIVE 500을 도전하게 되었고, 그 리얼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12월은 자전거 타기를 잠시 멈추는 시즌 오프의 기간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따뜻한 12월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12월에는 반드시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의지 부족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날 과식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뭐에 홀린 듯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12월의 찬공기를 마시며 페달을 밟는 순간 “아! 너무 상쾌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기분 좋은 순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염화칼슘 범벅으로 지저분해진 길을 달리느라 신경쓰이긴 했지만 간만에 달리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잠수대교를 지나 잠시 쉬는 중에 옆에 있던 사이클리스트들의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그들은 FESTIVE 500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것을 도전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 순간 직장 생활을 할 때는 FESTIVE 500을 도전하기에는 일정상 힘들었지만 이제는 일정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으니 이번에 한 번 도전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FESTIVE 500 도전은 어쩌다보니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잠깐 가볍게 라이딩을 하기 위해 나온 거라 코스에 대한 준비 없이 나오기도 했고, 11월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 팝업 스토어 운영으로 인해 라이딩 횟수가 적어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해서 오늘은 HBC(HITCH BICYCLE CLUB) COFFEE를 지나 집으로 복귀하는 코스정도만 도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라이딩 거리를 늘려서 달리니 초반의 상쾌함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찬바람을 마주하다보니 컨디션이 생각만큼 올라와주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다소 북적거리는 HBC COFFEE에서 잠시 몸을 녹이면서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장시간 라이드 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HBC COFFEE에서 나와서 집으로 복귀하는 늦은 오후는 생각보다 기온이 낮아져서 온 몸이 떨렸고, FESTIVE 500에 대한 도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도전을 하는게 맞는 것일까?’
12월 25일, 26일은 개인적인 일이 있었기에 라이드를 할 수 없었고, 12월30일, 31일은 눈, 비예보가 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라이드 할 수 있는 날짜는 12월 27일부터 29일 단 3일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첫날 56km를 달렸고, 남은 거리는 444km였기에 결국 3일내내 148km씩은 달려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어렵게 결심했던 FESTIVE 500에 대한 도전을 결국 접어야 되나라고 생각 하던 중에 라파 코리아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그레이엄 레이번에 대한 피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FESTIVE 500을 만든 라파의 전디자이너였던 그레이엄 레이번은 FESTIVE 500에 도전할 때 반드시 500km를 완주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50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한번 가져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경험하는 것을 즐기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어드바이스는 저에게 다시 한번 FESTIVE 500에 도전하라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500km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올해의 마지막을 기억에 남을 나만의 이벤트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FESTIVE 500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12월 27일 오전 저는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전날 밤까지 모임이 있었던 터라 숙취가 조금 남아있었고,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의 코스는 행주대교를 지나 잠실방향으로 향하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행주대교 방향으로 가는 내내 잔치국수로 해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통했던 것인지 초반의 힘듦은 사라지고 중간정도 갔을 때부터는 몸이 오히려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번도 쉬지 않고 행주산성 원조국수집에 도착하였으나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옆에 있는 가나안 국수에서 잔치국수를 먹으면서 컨디션 회복을 하였습니다.
행주대교를 건너 다음 목적지를 라파 클럽하우스로 잡았습니다.
라파 클럽하우스를 꽤 오랜 시간동안 다녔지만 FESTIVE 500 이벤트 기간 중에는 한번도 방문했던 기억이 없어서 잠실방향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렸습니다.
FESTIVE 500에 도전하는 사이클리스트들이 북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클럽하우스는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처음으로 FESTIVE 500 기록카드를 챙겼습니다.
커피를 한 잔 하면서 라이딩 때 들을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하였습니다.
이번 FESTIVE 500은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으면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으러 가는 컨셉으로 정했습니다.
12월 27일의 라이딩은 101km로 마무리하였습니다.
평지 라이딩만 했기에 지겨운 구간도 있었지만 한산한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여유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라이드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왠지 모를 뿌듯한 기분이 참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12월 28일의 라이드 코스는 팔당대교를 거쳐 마포대교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어제 자전거 도로 상태를 보니 길 상태가 많이 좋아진 듯 해서 로드 사이클인 SEROTTA를 타고 달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오전에 급하게 업무를 하고 서둘러 출발했지만 얼마 안가서 타이어에 바람을 넣지 않은 것을 깨닫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는 가벼운 짐만 챙겨서 출발을 하였는데 아무래도 장거리를 달릴 예정이라 이것저것 챙겨갈 아이템이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짐을 챙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출발시간이 지체되었고 허겁저겁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드 하기 전에 가볍게 먹는 걸 선호하는지라 시리얼을 먹고 출발을 하였는데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배가 고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에 봉크가 와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수시로 간식을 먹었는데도 허기짐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는 방향이 맞바람 구간이라 속도 또한 나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보급을 할 예정이었던 압구정쪽에 가는 것은 무리라 판단하였고, 스노우 피크 하남점 카페에 들러 보급을 하기로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겨울철에 처음 방문을 했는데 평소 메뉴에 없던 수프를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수프를 먹으니 온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좋았으나 양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추가로 뭘 더 먹어야 되나 고민하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아 아쉽지만 그냥 출발을 하였습니다.
라이드 내내 배고픔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오전에 출발이 지체되어서 휴식없이 목표했던 마포대교까지는 무조건 가자라는 생각에 최대한 배고픔을 참고 달렸습니다.
마포대교로 가는 내내 뭘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원래 목표는 압구정에서 수제버거를 먹는 계획을 세웠던지라 여의도에 있는 브룩클린 더 버거조인트를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결국 마포대교에 도착을 하였고, 너무나도 간절히 먹고 싶었던 수제버거를 먹었습니다.
아마도 올해 먹은 버거 중에 가장 극적이면서도 맛있는 버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브룩클린 더 버거조인트를 나와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는데 따뜻한 곳에 있다가 나와서인지 갑자기 오한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온 몸이 떨리기 시작하고 한기를 강하게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전거를 타고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평일이라 지하철도 탈 수 없으니 일단은 그냥 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전거 도로쪽으로 진입해서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체온이 올라오기 시작하였고, 추위는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12월 28일 라이드는 103km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라이드를 마무리하려고 하였으나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야간 라이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라이트를 챙기지 않았는데 추가로 짐을 챙기면서 라이트를 챙겼던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복귀 초반에 추웠던 몸이 라이드를 하면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오히려 상쾌하게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오늘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라이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12월 29일 라이드 코스는 마포대교를 돌아서 분당방향으로 잡았습니다.
그동안 물통에 차가운 물을 넣어서 다녔는데 간간히 추위를 녹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뜻한 보리차를 라파 보온병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실내에 있다 밖으로 나올 때의 기온차를 몸에서 유난히 크게 느끼는 것 같아서 패커블 윈드브레이커도 따로 챙겼습니다.
이틀동안 200km를 탔더니 피로도가 조금 쌓인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침식사도 든든히 하고 따뜻한 차도 마시고 출발하니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의 보급은 너무 먹고 싶었던 라멘으로 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카타 분코의 라멘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라멘 트럭의 경우 사이클리스트들이 선호하는 라멘집이다보니 가게 앞에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에 오늘은 라멘 트럭에서 먹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먹는거라 면 추가도 하고, 차슈도 많은 메뉴로 선택해서 먹습니다.
가게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일본 음악이 마치 현지에서 먹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가을에 일본을 갈 계획을 세웠고 환전까지 미리 했으나 계획이 바뀌어서 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라멘을 먹고 있으니 갑자기 일본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멘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라이딩 할 때 귀찮아서 잘 찍지도 않는 셀카를 한 번 찍어봅니다.
원래의 계획은 탄천을 지나 분당쪽으로 한 바퀴 돌고 올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계획을 변경하게 됩니다.
오전에 처리를 했어야 하는 업무인데 깜박하고 나왔더니 결국 이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냥 집으로 복귀하기에는 조금 아쉬워서 HBC COFFEE에 들려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하고 가기로 합니다.
그동안 적립 도장을 열심히 찍었는데 드디어 공짜 커피를 먹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동안 달렸던 라이드의 기억을 되짚어 봅니다.
12월 29일 라이드는 74km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원래의 계획에 미치지 못하였지만 직장 다닐 때는 엄두도 못 냈던 평일 라이드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과 모레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지만 심하지만 않으면 계속 도전해볼 계획도 세워 봅니다.
단순히 500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채워질 저만의 숫자가 더 궁금해집니다.
2024년 FESTIVE 500 도전은 최종 336.58km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12월 30일 눈이 많이 오지 않으면 도전을 이어갈까 했는데 엄청나게 많은 눈을 보고 도전을 접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온 많은 분들의 성공 소식을 보고 있으니 제 기록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름 저만의 이벤트를 무사히 잘 치룬 것 같아 뿌듯한 기분도 듭니다.
라이딩의 시작을 NEW JEANS로 시작해서 GRATEFUL DEAD를 거쳐 MATELLICA로 마무리한 음악 듣기도 너무 좋았고,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때그때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먹는 즐거움도 느꼈습니다.
봉크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 선제적 보급으로 인해 뭔가 드라마틱한 몸무게 감량이 없었던 게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
FESTIVE 500의 창시자 그레이엄 레이번은 500km의 라이드가 대단한 이유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그 순간을 아래와 같은 말로 설명합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을 장관이 내 눈앞에 펼쳐질 때는 정말 경이롭죠. 한번은 주변에 아무도 없이 저 혼자 막 떠오르는 해를 보게 되었어요. 감탄이 절로 나올만한 장관이었습니다.”
저는 비록 500km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레이엄 레이번이 말했듯 라이드를 통해 오롯이 혼자서 그 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라이드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통한 도전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있지 않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그저 취미로 자전거를 탈 뿐인데 도전의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것이 너무 싫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엄 레이번은 달성해야 할 도전의 이면을 사이클리스트들이 좀 더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가 운영하는 CIRCLES CULT CLUB도 지향하는 목표점입니다.
CIRCLES CULT CLUB은 자전거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의 즐거움을 좀 더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024년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장에 올라가는 순간 당신은 이미 ‘ALWAYS ALMOST ADVENTURER’ 입니다.